‘사회문제 해결과 성공’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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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성공 모델에 어떤 것이 있나
지자체 통합지원 기관 통해 지원 가능


엄마가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육아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 수단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쉬운 교육을 하지 못한다. 바로 시각장애 부모들의 애로사항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자촉각책 《아기새》를 개발해 보급하는 기업이 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담심포가 바로 그곳이다. 이 기업은 지난 6년 동안 1200여 권의 점자촉각책을 전국 맹학교, 점자도서관 등에 무료 기증했다. 제작비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그램에서 지원을 받았다. 책자나 교구는 이웃 엄마들과 공예가들의 자원봉사로 해결했다. 창업자인 박귀선 대표는 “나를 키워준 할머니가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의 불편함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위치 인식이 어려워 이동에 불편함이 있다. 지아이테크는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보행자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앞에 어떤 건물이 있고 출입구는 어디인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계단이나 화장실은 어디쯤에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위치 기반 서비스 모델이다. 이시완 대표 역시 친척 동생이 시각장애인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점자안내판이나 점자시계 등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6%에 불과할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 이 회사가 개발한 G-Eye는 여섯 가지로 단순화한 터치 동작을 모션인식 기술로 구현했고, 음성인식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판로 확대를 위한 비대면 통합 품평회에서 심사위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장애인 위한 아이디어 제품 인기

듣지 못해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의 문화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도 있다. 수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연하는 문화예술기업 핸드스피크가 그곳이다. 수어는 말로 배울 수 없는 청각장애·농아인을 위한 ‘보이는 언어’다. 디자인을 전공한 정정윤 대표가 비영리 예술단체에서 일하던 어느 날, 농인 아티스트 세 명의 “춤추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는 말을 듣고 이들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2018년 미세먼지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들의 갈등을 그린 환경 뮤지컬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지금은 음악을 느끼기 어려운 농인들을 위해 수어 노래와 랩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중간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 이른바 사회적 기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정부나 민간기업이 풀지 못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설립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유형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미대 학생들은 재학 중 수많은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전시회를 마치면 상품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예술 전공자들이 대체로 그렇듯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월평균 수입은 72만원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작품을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곳이 있다. 소셜패션 브랜드 ‘얼킨(Ul:Kin)’을 론칭한 옴니아트가 그곳이다. 대중과 예술의 간극을 줄이고 신진 작가들의 수익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이다. 창업자 이성동 대표는 친구의 졸업전시회에 갔다가 그림이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인사이트를 얻어 창업했다.

유아들이 즐겁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놀이 체육교실’을 청주에서 창업한 와와플레이 조성수 대표도 충북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가다. 조 대표는 체육 관련 학과 석사를 마치고 유아체육 사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유아체육 도구나 프로그램들은 판에 박힌 듯 정형화돼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즐기는 체육으로 피봇(Pivot)해 재창업했다. 아이들의 놀이 터전은 자연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감성충만 캠핑놀이, 편백나무 체험놀이 등 12가지 숲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재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운동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인지능력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안전 체험놀이는 고카트와 두발자전거, 도로표지판, 신호등을 실제 도로처럼 구현했다. 고카트를 타고 파란불 때 달리고, 빨간불 때 멈추다 보면 어느새 교통안전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방식이다. 지금은 경찰청의 요청으로 교통안전 체험놀이 프로그램을, 케어센터의 요청으로 노인놀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방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브랜딩하는 사회적 기업가도 있다. 브로컬리컴퍼니의 김지영 대표다. 김 대표는 상업광고를 만들면서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성공의 지표가 매출이라는 민간시장의 공식에 염증을 느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지역만의 특색 있는 스토리와 문화를 상품화하는 일이었다. 지역민의 자존감 회복과 수익 창출로 연결하고 싶었다.

이러한 콘셉트를 정형화하기 위해 4000시간이 넘는 발품을 팔아 스페셜티 브랜드 ‘온도(owndo)’를 만들어냈다. 구 대표는 전남 화순의 들국화마을을 찾았다가 “주요 소득원이었던 구절초의 인기가 시들해 소득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었다. 이후 구절초를 소스로 에센스, 앰플크림, 클렌징 바 등 세 가지 상품도 최근 론칭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땐 1억5000만원 지원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손을 씻고, 비타민을 챙겨 먹듯이 우울증을 초기에 진단해 예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다”는 마링의 백승엽 대표. 심리치유를 목적으로 감정인형 ‘마붕이’를 만든 배경이다. 고슴도치 인형 마붕이는 꼭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셀프 테라피가 되는 마음건강 콘텐츠의 첫 작품이다. 백 대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다는 생각에서 심리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대안을 찾은 결과다.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수면장애까지 이어지는 친구들을 보아왔다. 자신도 대학생 시절 직접 경험한 바 있어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 현재는 학교 밖 아이들과 동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보통 세 가지 단계로 육성된다. 첫 번째는 육성 사업이다. 매년 상반기에 각 지자체의 통합지원기관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도전할 수 있다. 여기서 선정되면 평균 3000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창업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육성사업을 통해 법인 설립을 하고 밸류에이션이 인정되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최고 3년간 평균 1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마지막으로 예비 사회적 기업 기간 동안 자생력이 확보되면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에스컬레이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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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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